월급쟁이부자들에서의 6개월

2024년 8월 12일 · #에세이


월급쟁이부자들(이하 월부)은 유튜브를 통해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회사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는 공고를 봤고 적어도 이름은 들어봤던 곳이라서 궁금증이 생겨 회사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꽂혔던 점들이 있었다.

  1. 현재 성과(매출)를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조직이다.
  2. 독서와 성장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3. 따뜻함이 있는 조직이다.
  4. 나를 필요로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조직이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개발팀이 이제 막 새로 구축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면접 과정을 진행하면서, 따뜻한 리더십을 갖추신 좋은 프론트엔드 리드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위에 나열한 4가지 생각이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종 합격한 회사들 중 긴 고민 없이 월부에 최종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개발팀에 큰 변화가 있다. 좋은 분들이 계속 합류하고 계시고 특히 임세준 CTO님이 월부에 합류하게 되시면서 성공적인 개발팀 빌딩이 이루어지고 있다.

월부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독서를 매우 장려하는 문화이다. 3개월간의 온보딩 기간동안에 읽어야 할 필독 도서들도 존재한다. 대부분 일을 더 잘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고 개발 챕터에서는 개발 관련 도서들을 읽기도 한다. 나는 독서량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원래 자기계발서를 좋아했었던지라, 온보딩 필독서들이 참 재미 있게 느껴졌고 월부의 독서 문화도 나와 잘 맞았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말 폭발적이다. 그냥 읽는 정도가 아니라 느낀점이나 적용할 점 등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어떻게 실천할지 논의하고 실제로 적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에 나온 내용들이 사내 문화가 되기도 한다. 좋은 책의 좋은 내용들로 얼라인 된 구성원들이 함께 일한다고 상상해보라. 나 혼자만 읽은 책은 적용하고 싶어도 동료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어렵지만, 다 같이 읽은 책이라면 그게 어렵지 않다. 독서를 계속 하다보니 습관이 되었고 e-book 리더기도 구매하게 됐다. 지금은 한달에 1-2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내 독서 모임도 매 달 있지만 스스로 읽고 싶은 책도 찾아서 읽는다. 보통은 출퇴근시간, 이동시간 등을 활용하여 읽는다. 문학 도서에도 관심이 생겨서 소설책도 보기 시작했다. 문학 도서의 경우 당장 나에게 도움이나 조언이 되는 책은 아니지만, 문해력과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 독서하는 행위 자체가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유익하기도 하다.

flex에서도 피드백 문화가 있었다. 대부분 리드와의 원온원을 통한 피드백이었고, 스쿼드 내에서 상호 피드백을 자율적으로 하기도 했다. flex 에서의 피드백 문화는, 나에게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영양분이 되었다. 월부에서도 좋은 피드백 문화가 있다. 상호 피드백은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월부의 중요한 조직 문화 중 하나이다. 월부의 구성원들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구성원들에 대해 상호 신뢰와 관심을 바탕으로 서로의 성장을 위한 극도의 솔직한 피드백을 해야 한다. 탑-다운 방향 뿐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의 피드백을 하게 된다. 피드백 문화가 처음이라면 동료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말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부정적 피드백이야말로 진정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다. 동료를 배려하여 긍정적인 피드백만 하게 된다면 오히려 동료를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된다(이걸 알면서도 사실 쉽지는 않다 ㅎㅎ). 부정적인 피드백에는 반드시 개인적인 관심이 깔려 있어야 한다. 타인의 부족한 면을 찾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내가 그렇다). 이걸 잘 하려면 내가 더 일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잘 하는게 많아질수록 동료들의 보완할 점이 잘 보이지 않을까? 아무튼 피드백을 주는 것도 여러모로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월부에는 기버라는 역할이 있다. 기업문화 관점에서 여러모로 구성원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며 리더와 구성원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24년 7월부터 나는 기버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번에는 넥스트 리더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기버들을 구성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그걸 적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월부는 내가 개발자가 되고 나서 4번째 회사다. 첫번째 회사는 완전한 B2B 였고, 두번째와 세번째 회사는 B2C가 약간 섞인(?) B2B 였다. 지금 월부는 완전한 B2C 이다. B2C를 하면서 느낀점은, B2B 보다 좀 더 사용자 데이터를 많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벤트 로깅과 A/B테스트는 일상과도 같다. 스쿼드 내에서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고 그걸 토대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 하는데, 이러한 일하는 방식은 B2B와는 다른 재미와 배움이 있는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대하던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났다. 약 9개월 동안 생명을 품고 잘 키워준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부부 사이에 찾아와 준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공교롭게도 아기가 태어나는 바로 전날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다행히 아내에게 옮기지는 않았는데, 아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 대신 장모님께서 보호자로 산모 곁을 지켜주실 수 있었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갓 태어난 아기를 볼 수 있었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가장 작고 신비한 생명 탄생의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하는게 아내에게 미안하고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 음성을 확인했고 산후 조리원에 가서 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아기를 처음 본 순간 그동안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고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작고 귀여운 아기가 침대 위에 놓여져 있었다. 정말 너무 귀여웠다. 이 너무 작고 소중한 존재를 아주 조심스레 안아 보았다. 이처럼 행복하고 신비한 순간이 또 있을까?